「3」 다음 글을 읽고 <보기>의 빈칸에 적절한 답을 쓰시오.
“해가 서쪽에서 뜨겠구나?”
윤 직원 영감은 아들의 이렇듯 부르지도 않은 걸음을, 더욱이나 안방에까지 들어온 것을 이상타고 꼬집는 소리입니다.
“……멋하러 오냐? 돈 달라러 오지?”
“동경서 전보가 왔는데요…….”
지체를 바꾸어 윤 주사를 점잖고 너그러운 아버지로, 윤 직원 영감을 속 사납고 경망스런 어린 아들로 둘러놓았으면 꼬옥 맞겠습니다.
“동경서? 전보?”
“종학이 놈이 경시청에 붙잡혔다구요!”
“으응?”
외치는 소리도 컸거니와, 엉덩이를 쿵 찧는 바람에, 하마 방구들이 내려앉을 뻔했습니다. 모여 선 온 식구가 제가끔 정도에 따라 제각기 놀란 것은 물론이구요.
윤 직원 영감은 마치 묵직한 몽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양, 정신이 멍해서 입을 벌리고 눈만 휘둥그랬지, 한동안 말을 못 하고 꼼짝도 안 합니다.
그러다가 이옥고 으르렁거리면서 잔뜩 쪼글트리고 앉습니다.
“거, 웬 소리냐? 으응? 으응?…… 거 웬 소리여? 으응? 으응?”
“그놈 동무가 친 전보가 본데, 전보가 돼서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.”
윤 주사는 조끼 호주머니에서 간밤의 그 전보를 꺼내어 부친한테 올립니다. 윤 직원 영감은 채듯 전보를 받아 쓰윽 들여다보더니 커다랗게 읽습니다. 물론 원문은 일문이니까 몰라보고, 윤 주사네 서사 민 서방이 번역한 그대로지요.
“종학, 사-상 관계-로, 경-시청에 피검!……이라니? 이게 무슨 소리다냐?”
“종학이가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붙잡혔다는 뜻일 테지요!”
“사상 관계라니?”
“그놈이 사회주의에 참예를…….”
“으응?”
아까보다 더 크게 외치면서, 벌떡 뒤로 나동그라질 뻔하다가 겨우 몸을 가눕니다.
윤 직원 영감은 먼저에는 몽치로 뒤통수를 얻어 맞은 것같이 멍했지만, 이번에는 앉아 있는 땅이 지함(地陷)을 해서 수천 길 밑으로 꺼져 내려가는 듯 정신이 아찔했습니다.
그러나 그것은 결단코 자기가 믿고 사랑하고 하는 종학이의 신상을 여겨서가 아닙니다.
윤 직원 영감은 시방 종학이가 사회주의를 한다는 그 한 가지 사실이 진실로 옛날의 드세던 부랑당 패가 백 길 천 길로 침노(侵擄)하는 그것보다도 더 분하고, 물론 무서웠던 것입니다.
진(秦)나라를 망할 자 호(胡:오랑캐)라는 예언을 듣고서, 변방을 막으려 만리장성을 쌓던 진시황, 그는 진나라를 망한 자 호가 아니요, 그의 자식 호해(胡亥)임을 눈으로 보지 못하고 죽었으니, 오히려 행복이라 하겠습니다.
“사회주의라니? 으응? 으응?……”
윤 직원 영감은 사뭇 사람을 아무나 하나 잡아먹을 듯, 집이 떠나게 큰 소리로 포효(咆哮)를 합니다.
“……으응? 그놈이 사회주의를 허다니! 으응? 그게, 참말이냐? 참말이여?”
“허긴 그놈이 작년 여름 방학에 나왔을 때버듬 그런 기미가 좀 뵈긴 했어요!”
“그러머넌 참말이구나! 그러머넌 참말이여, 으응!……”